2024 회고

2024년은 해야한다와 해야지라는 다짐에서 조금이나마 하자, 한다, 그리고 했다로 넘어간 동사의 날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다시 가고 싶었던 미국으로 적을 옮기게 되었고, 맡고 있던 제품은 AI에 힘입어 회사의 주요 전략이 되었습니다. 다시 돌아간 샌프란시스코는 창조라는 중력을 느끼게 했습니다.

반대로 AI 덕분에 오퍼를 거절했던 회사의 주식이 갑자기 10배가 되기도 해서, 진짜 메가 트렌드는 공평하구나라고 생각하며 만약에?라는 생각을 자주 하기도 했습니다.

동료와는 어설프지만 처음으로 제품을 같이 만들었고, 매출은 (아직) 없지만 번듯한 법인은 있는 그럴듯한 유령 회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던 교토를 벚꽃 시즌에 갔고, 피서로 여름 홋카이도를 다녀왔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때가 있고, 제철이 있다라는걸 실감합니다.

AGI가 성큼 다가오는걸 지켜보면서 나다움이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얕게나마 고민했습니다.

사람으로 산다는건 감정과 이야기와 가족과 시작과 끝이 있다는 것일 것이고, 그렇게 해서 우리 할아버지를 올해 하늘나라로 보내드렸습니다. 찬혁의 노래처럼 커다란 사자와 친구들과 잘 놀고 계실거라 믿어요.

찰나의 실수로 제 과실 100%인 사고도 있었고, AWS Seoul Summit에서는 감사하게도 많은 분 앞에서 큰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항상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늘어나는건 주름과 신용 카드 값뿐이라 아직도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때가 많지만, 때론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그럴때마다 시간을 느리게 가게 하는건, 매일 매일 다른 경험을 해야한다는 친구 승헌이의 말과 자전거를 타며 언덕을 고통스럽게 오를 때 시간이 느려진다는 이탈리아의 가이드 말을 생각하곤 합니다. 두 생각이 어떻게 정확하게 이어지는지 모르겠지만, 올해에는 그 답변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한 문장 정도의 말을 기억하려 애쓰는 버릇이 있다. “뜨거운 물 좀 떠와라”는 외할아버지가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고 “그때 만났던 청요릿집에서 곧 보세”는 평소 좋아하던 원로 소설가 선생님의 마지막 말이었다. 나는 죄송스럽게도 두 분의 임종을 보지 못했으므로 이 말들은 두 분이 내게 남긴 유언이 되었다.

(중략)

말을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살아 남는다.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중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욕심 많게도 일도 더 잘하고, 하고 싶은 것은 더 많아지는데, 2025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수많은 유언들이 따뜻하게 기억 되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개인적인 추억보다는 우리의 아픈 기억으로 남게 될 2024년, 모두 고생하셨고,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모두 건강하세요!

P.S. 항상 저를 지탱하고 응원하고 놀아주는 hype woman이자 partner in crime인 여자친구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과 사랑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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