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쓰다가 만, 생각의 구슬들만 나열한 글들이 많은 한 해였다. 습작은 습작으로 남겨야겠지만, 24년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쓰다만 글들을 가볍게 정리해서 올려본다.
AI
01. 의존하기
성수에서 택시를 탔을때다. 택시 아저씨는 연무장길을 사이에 둔 골목길을 가로지르며 “와, 이제는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네. 예전엔 다 알았었는데. 이쯤이면 시장이였는데”라며 하소연을 시작하셨다. 으레 기사님이 그렇듯 혼잣말인듯 혼잣말이 아닌듯한 푸념에 나는 평소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택시 기사님들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나 할 말이 많지만 (좋은 의미로) 이건 나중에 하기로 한다 (대한민국의 불특정 다수를 만날 수 있다!)
아저씨는 기다렸다는듯이 더 먼 과거로 갔다.
20년전에는 내가 아는 길로 다 다녔어. 청라를 가자고 하면, 내가 아는 부천까지 일단 간 다음에, 그 이후에는 부천에 있는 기사들한테 물어물어 갔지. 그러면 다음에 청라를 가자고 하면 물어물어 갔던 길이 기억이 나서 알아서 갈 수 있어서. 그렇게 몇 번 하면 내 길이 되곤 했지. 근데 이젠 송도를 가자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비 찍고 가. 그러면 내가 어디를 갔는지, 송도를 다시 가자고 해도 내비 없으면 못 가.
아저씨 말을 다르게 정리하면, 길 찾기, 길 기억하기, 수도권 도로 시스템에 관한 전반적인 것들을 내비에 아웃소싱 했다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자유경제 시장에서 아웃소싱은 비용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대체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알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확보한 리소스로 특정 분야에 집중을 한다. 우리는 그렇다면 우리 머릿속 수도권 도로망에 대한 모델링을 아웃소싱하고,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 것일까? 더 유의미하고, 인간적인 것, 혹은 더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을까?
GPT가 나오면서 생각조차 아웃소싱 하고 있는데, 그러면 우리는 무엇에 집중하고, 더 잘하게 될 수 있을까? AGI보다 더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02. 독창성

많은 사람들이 LLM이 자주 쓰는 말을 분석하고 있다 [1][2]. 인터넷을 학습 데이터로 썼지만, 그 과정에서 독립적으로 세상과 지식을 이해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었기 때문에 GPT가 인격체처럼 유독 더 많이 “선호하는” 단어들이 있다라는 것은 무척 놀랍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기도 하다.
GPT를 인격체로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반대로 우리를 상하GPT처럼 LLM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도 세상을 이해하고, 보고 배우고 듣고 좋아하는 단어와 문장 속담, 이야기를 엮어 생각을 표현할테니까.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더 이상 누구나 할법한 그럴듯한 생각에, 살을 붙여 문장으로 옮기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에 서사를 덧대고 이어 이야기를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우리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확률 분포도에는 잡히지 않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4번째 대국의 이세돌의 78수와 같은 LLM의 시스템이 배운적도 없는 생각들을 하는게 중요하다.
03. 육체미 소동
최근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빨래 개기와 설거지 같이 인간이 보면 단순한 노동이 먼저 자동화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를 짓고, 노래를 부르며, 그림을 그리고 공감하는 것은 당분간은 인간만이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했었다.
LLM이 나오면서 그런 생각들은 다 틀리게 되었고, 하나의 객체로서 물리적으로 움직이고, 사물을 집고, 옮기고, 만들고, 부수고, 주변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육체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있다.
04. LLM is an ultimate function
LLM is a general data transformation function that wasn’t possible before. It can change anything from one thing to another. It’s not just one medium (Image) to another medium (Text). The possible dimension of transformation is endless.
- Image of hand-written form to interactive web form
- A conversation to Q&A
- Video to text transcript
Previously all these transformation required custom code that’s optimized for each process. Now all you need is instructions and (lots) of trial & error and validation systems.
05. Augmentation
“Tools define how we think” – Doug Engelbart
AI에게 가장 처음 졌던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프는 역으로 컴퓨터와 인간이 같이 한 팀으로 플레이 하는 Advanced Chess를 가장 먼저 시작하기도 한 사람이기도 하다.
AI를 안 쓰는 인간이 장기적으로 살아 남을리 만무하지만, AI를 도구로 쓰면서, 인간으로서의 통찰력과 독창성은 더욱 날이 서는 방법은 무엇일까?
더 웃기고, 더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06. Custom-built
콘텐츠 생산이 압도적으로 쉬워진 것과 비슷하게,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도 압도적으로 쉬워지고 있다. 모두가 본인만을 위한 커스텀 소프트웨어와 앱을 만들 수 있을거라는 사람들도 많다. 이제는 산뜻한 UX와 뾰족한 아이디어, 그리고 디스트리뷰션의 시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두 문장 사이에 수 많은 성공과 실패가 있을텐데, 나는 잘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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