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와서 일을 하게 된지 어언 5개월이 지났고, 그간 여러 프로덕트들을 써봤다. 그중에서 인상적인 프로덕트들을 몇 개 뽑아보았다 (B2B 회사에 있다보니 일을 안 할땐 오히려 B2C 제품에 조금 더 눈길이 가는 것 같기도 하다 😅). 원래는 하나의 글에 모두 쓰려고 했으나, 너무 길어져서 하나씩 쪼개기로 했다. 너무나 유명한 앱들이기에 제품이나 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은 따로 하지 않았다. 또한 앱의 모든 기능에 대한 설명이 아닌 내가 인상적이라고 생각한 특정 부분에 집중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따라서 전체적인 흐름을 봤을 때 내가 파악하지 못한 부분들이 분명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들은 독자께서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고, 이 글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로 여겨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하지만 아예 틀린 부분이 있다면 가감없이 지적해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자 그럼 바로 시작해보자! 첫 번째는 레스토랑 예약 및 서치 앱 캐치테이블이다.
전화를 사수하라
친한 친구의 말대로 한국의 외식 문화는 캐치테이블 (이하 CT) 전과 후로 나눠진다. 이제는 앱을 통해서 예약할 수 없으면 느껴지는 불편함 이상으로 시대적으로 뒤쳐져 있다고 느껴지고, 예약금을 선결제하는 것도 너무나도 자연스러우며, CT에 입점을 안 했으면 왜 아직?이라는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이런 변화를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 수 많은 노력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중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건 CT팀이 얼마나 전화라는 전통적인 예약 채널을 제품화 시키려 했는지 고민했는가다.


CT를 통해 전화를 해봤다면 알겠지만, 식당이 전화를 받지 못했거나, 고객이 연결되기 이전에 통화를 끊었을 경우, 자동으로 CT 예약 알림톡이 간다는 걸 알 수 있다. (예약을 하고자 할 때도 식당에서 시간을 직접 지정해서 예약금 결제 알림을 보낼 수 있다!) 자동으로 알림톡이 간다는 사실은 전화라는 창구를 통해 들어 오고 나가는 플로우를 캐치테이블이 정확하게 트랙하고 있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유저에게 최적의 방법으로 응답할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은 전국민이 카톡을 쓰므로 이 부분은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자라는 최소한의 방어로직이 존재하긴 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연동을 캐치테이블은 실제로 물 흐르듯이 해내고 있다.
돌이켜보면 이렇게 전화(전화망)와 앱(데이터망)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제품은 적어도 내가 알기에 한국에는 없었다. 여러 이유들이 있었을 것이다. 일단 전화와 연동이 필요한 상품 자체가 많이 없었을 것이다. 고객 상담 정도가 있을텐데, 이것 조차 이상하리만치 연동이 깔끔하게 되어 있진 않다. (우리 모두가 대표 번호로 전화 했다가 기다리다 지쳐 욕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한 대다수의 앱들은 앱 안에서 일어나는 행동으로 충분하다.
그럼 CT는 어떻게 전화에”도” 초점을 맞추게 되었을까? 아마 추측건데 B2B에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레스토랑의 예약을 관리하면서, 어떤 수단으로 예약이 되는지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고, 우리가 경험적으로만 알고 있는 전화의 중요성을 수치적으로 경험하고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때 당시에는 앱으로 예약할 수 없었기에 어쩌면 전화가 주된 예약 채널이었음이 자명하고, 우리는 (달라지고 있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전화로 예약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CT가 전화에도 초점을 맞춘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고, B2C로 진출하기 훨씬 이전에 B2B 사업만 진행 했을 때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그 진가는 B2C 앱이 나오면서 드러나고 있다. 앱이라는 새롭고도 나은 대안을 제시하면서, 전화라는 기존의 관습적 채널도 놓치지 않으므로서, 고객이 기존에 있는 행동를 유지하면서도 훨씬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한다. 그리고 알림톡을 받게 되면서, 고객은 이제는 더 이상 synchronous한 전화가 아닌, asynchronous하게 앱을 통해서 훨씬 간편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훈련된 고객은 당연히 전화가 아닌, 지도가 아닌, 캐치테이블 앱을 다음에는 먼저 들어가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재중 혹은 연결되지 않은 통화까지 꼼꼼히 추적하므로서 유저가 이탈할 수 있는 지점마다 친절하게 알림을 보내서 이탈율을 최소화한다. 고객과 식당 모두에게 가히 100배 나은 경험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매니저는 2010년대 일어났던 놀라운 Adtech 혁신 중 하나는 쇼핑 카트에 넣기만 하고 결제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카트에 넣은 상품을 대상으로 타겟 광고를 한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구매 의도를 보인 고객들을 재유인하는 것인데, 이런 맥락에서 통화에 따라 적절한 알림톡을 보내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동으로 알람만 보내는 것이기에, 광고 타겟팅처럼 알고리듬을 통해서 분석하는 부분은 없고, 따라서 혁신적이지 않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이는 꼼꼼하고, 채널마다 고객이 어떤 행동을 보였을 때, 그 행동을 추적하고, 고객이 앱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기본에 충실한 요소다. (최종 지점을, 예를 들자면 예약, 향해 고객의 Journey를 완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알다시피,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놓치지 않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실제로는 더 어렵다.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그리고 끊임없이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CT는 지금 살짝 살펴봤듯이, 너무나도 충실하게 이 기본적인 원칙들을 따르고 있다.
어떻게 했을까?


자 그럼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이 연동을 캐치테이블을 어떻게 하고 있는걸까?
위 그림에서 전화하기를 누르면, 아래와 같이 식당의 번호가 아닌 다른 안심번호(050)로 연결된다. 1차적으로 CT의 정겨운 녹화 연결음이 나오고, 그 이후에 식당과 연결된다. 앱을 둘러 보니, 이 안심번호는 식당마다 고유하게 부여되어 지속되는 번호로 보인다. 앱 내 “전화하기”는 모두 이 안심번호를 1차적으로 거치는데 그럼 이 번호는 단순 녹화 메세지를 들려주기 위함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연결음에 비밀이 있다.

CT 연결음이 바로 그 식당으로 전화가 간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채널이자, 통로가 된다. 모든 전화가 (고객이 식당 번호를 직접 누르지 않는 이상) CT 안심번호를 통해 가기 따문에 CT는 어떤 식당이든 전화가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이 간단한 래퍼 (Wrapper)를 통해 식당이 인터넷 전화를 쓰던 쓰지 않던 꽤 그럴듯한 트래킹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터넷 번호를 쓰지 않는 고객도 온라인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물론 전화가 실상 언제 끝났는지, 어떤 내용인지와 같은 세부적인 디테일은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다. Twilio API를 통해서 구축 가능하긴 하나, 대부분의 식당들은 기존 통신망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기에, 캐치테이블이 이 번호의 내용까지 추적하고 관리하긴 어려울 것이다).
더 나아가 식당이 이미 인터넷 전화를 쓰고 있고, 식당의 번호 자체가 CT와 연동이 되었다면, 고객이 직접 식당의 전화 번호를 누르더라도 CT는 전화를 추적할 수 있는 이중 그물을 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꽤 많은 식당들의 전화 번호가 이미 CT와 연동되어 있다 (예). 따라서 네이버 지도에서 식당을 검색하고 전화를 하더라도, 고객은 결국 예약을 위해 CT로 유입될 수 밖에 없게 되고, “모든 식당 예약은 CT에서”라는 명제가 성립되게 된다. (어예캐, “어차피 예약은 캐치테이블”와 같은) 이런 흐름이 반복되면 고객은 식당을 찾기 위해 네이버 지도가 아니라, 캐치테이블로 바로 오게 될 것이다. 네이버도 식당 예약 시스템을 위해 꽤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도 몇몇 식당은 네이버 예약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예), 식당의 전화 번호를 네이버 시스템과 연동시키지 못한다면, 결국 이 시장은 CT에게 넘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누가 봐도 앱 안에서 예약이 일어나지만, 전화라는 채널을 장악하므로서 CT가 누리는 효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막강하다.
그럼 CT가 사브서울과 같은 식당에 인터넷 번호를 제공하는 것일까? 식당 개업부터 CT가 같이 일하지 않는 이상, 위 번호를 직접 마련해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식당의 번호를 CT와 연동하기 위해 많은 시간의 정성과 노력 그리고 설득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여기서도 B2B로 시작해서, 식당의 입장을 먼저 대변했던 CT의 포지션이 빛을 발했던 것 같다. ARS 연결음이 담긴 CT Wrapper 같은 장치가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렵지 않은 것을 생각해보면, 식당의 믿음을 얻은 것이 CT가 성공했던 더 큰 비결이 아닐까 싶다. 물론 여기서 식당은 자신의 번호를 네이버, 테이블링과 같은 다른 플랫폼과 연동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 3개의 업체 모두가 동시에 알림톡을 보내고 한다면, 고객은 적잖이 귀찮아 질 것이기 때문에, 식당은 전화 번호 자체는 하나의 파트너와 연동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 전화 번호 연동이 블루칩 식당이 플랫폼을 상대로 가질 수 있는 레버리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B2C로
우리가 익히 알듯이 CT는 2020년 9월 B2C 예약 서비스를 오픈했고, 단 1년만에 128만명이라는 월간 순 이용자를 달성하게 된다. 최초에는 파인 다이닝을 표방했다는 점에서 이 성장세는 매우 놀랍다. (파인 다이닝이란 말 조차 사람들이 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일단 가장 중요하게 CT는 고객을 인식해서 매핑 할 수 있는 가장 필수적인 정보인 핸드폰 번호와 카카오 계정를 보유하고 있고, 그에 따라서 고객의 정보를 오차없이 착실히 쌓아 올리고 있다. 어떤 식당을 저장하는지, 어떤 요리를 좋아하는지, 전화는 얼마만큼 하는지, 노쇼는 얼마나 하는지, 누구랑 가는지와 같은 고객의 정보가 착실하게 쌓이고 있고, 머지 않아 이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의 취향을 좀 더 섬세하고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을 관리하고, 고객을 제일 잘 아는 창구일 때, 단순히 예약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아니라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를 가진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마케팅 차원에서만 간단하게 접근해보자면, 자연스럽게 고객에게 최적화된 광고와 정보를 제공 할 수 있을 것이고, 식당들은 이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 CT 마케팅 솔루션을 쓰려고 머지 않아 추가적으로 돈을 내게 될 것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마케팅, 광고 솔루션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떤 새롭고 혁신적인 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에 충실하여 고객이 있는 곳으로, 고객에 맞춘 정보, 고객이 선호하는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CT는 고객이 있는 곳으로 (CT 앱으로 이미 완벽하게 유입시켰고), 고객에 맞춘 정보 (앱 내에 개인화된 정보가 착실하게 쌓이고 있고), 고객이 선호하는 형태 (알림톡, CT 앱 내 알림 및 메세지)로 정보를 내보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고, 그렇게 하고 있다. (네이버 예약이 의존하고 있는 후진적인 SMS를 보라!) 물론 이를 식당들이 광고를 직접적인 형태로 하게 된다고 할 때는 고객의 경험이 사뭇 달라지겠지만, CT팀이라면 이마저도 좋은 경험으로 녹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마무리
이미 캐치테이블은 진정한 디지털 세계 내 식당과 고객 사이의 옴니 채널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다. 식당 예약 관리에서 시작해서, 전화라는 채널을 장악했고, 앱을 통한 예약도 일찌감치 거의 완벽하게 점유하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오프라인 “줄 서기” / “웨이팅”이라는 채널를 통해 테이블링이 약진하고 있다는 것과, 인터넷 번호의 연동 권한을 식당이 어떤 플랫폼에게 넘겨주냐에 따라서 CT의 영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테이블링이 오프라인 예약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식당의 데이터까지 장악할 수 있는지, 네이버 혹은 카카오가 기존의 광고 솔루션 및 결제 시스템 (ex: 네이버 페이 캐시백 X%) 번들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용자를 꾸준히 뺏어 수 있는지가 앞으로 펼쳐질 요식 스타트업 간의 큰 대결 구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시의적절하게 CT는 작년 말에 오프라인 웨이팅 솔루션인 “캐치테이블 웨이팅”과 “캐치테이블 포스“를 각각 출시했다. 이로소 CT는 식당 운영의 모든 부분을 통합 할 수 있는 올인원 솔루션을 가지게 된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니즈를 정확히 해결한 기존 제품 등을 생각해보면, 웨이팅과 포스도 아마 시장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고로 한국 요식 산업의 디지털화와 미래는 캐치 테이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수 년내 어쩌면 잘 갈고 닦여 물샐틈 없이 효율적이고 완벽하게 디지털화된 요식 / 외식 문화를 뛰어 넘어,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는 요식 / 외식 문화를 직접 만들어 나갈 것 같은 예감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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