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 소유의 시대

최근에 친구가 만드는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프로덕트를 주위 사람들에게 설명하면서 꽤 애를 먹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특수한 RFID 태그가 부착된 옷이 있고, 태그를 통해 그 옷은 고유한 계정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그 계정은 디지털 콘텐츠를 수집하고 소유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디지털 콘텐츠는 영상 클립이 될 수 도 있고, 이미지가 될 수 도, 어떤 파일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옷을 스캔했을 때, 자신의 콘텐츠를 디바이스 내에서 AR 형태로 뽐낼 수 있고, 자신의 “수집장”을 공유할 수 있다. 옷이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매개체이자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풀어 적었지만 여전히 아리송하다. 조금만 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자.

A씨는 맨체스터 시티라는 축구팀의 광팬이다. 그는 매년 새로운 유니폼을 사 모을 정도로 팀에 대한 큰 애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유니폼만으로 그의 애정을 드러내기엔 어딘가 2% 부족하기도 하고 그는 유니폼을 모으는 것은 팬 사이에선 기본 중의 기본이란 것도 알고 있다. 그는 자신만의 애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기꺼이 할 생각이다. 플렉스다. 그가 맨체스터 시티 역사상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아마 2011-12 시즌 마지막 리그 경기에서 1골 차로 끌려가던 연장 추가 시간에 연속으로 2골을 넣어 우승을 44년만에 달성했을 때다. 그에게 이 순간은 인생 경기라고 할만큼 특별하다. (요즘 너무나도 인생이라는 형용사가 빈번하게 사용되지만. 하지만 또 많이 쓰면 어떠한가?) 만약에 그의 유니폼에 그 클립을 삽입할 수 있다고 하면 어떨까? 만약에 그 클립을 100개 한정 “생산”해서 사람들에게 판다면, 그래서 그 클립을 자신의 유니폼에 “첨부”해서 수집할 수 있다면,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의 유니폼을 스캔했을 때 그 순간이 사람들의 앱에서 재생이 된다면 어떨까? 사람들을 가슴 뛰게 하고 그 벅찬 순간으로 모두를 데려갈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 그가 얼마나 맨체스터 시티를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의 사랑이 얼마나 특별한지 다른 팬들에게 단숨에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A씨의 자랑스러운 너털웃음이 보이지 않는가?

아직도 아리송한가? 물론 이 모든 개념들은 생소하다. 우리는 우리가 으레 옷을 사서 입듯 지금까지 한 번도 디지털 콘텐츠를 소유해서, 그것을 나만의 것으로 지닌 적이 없다. 우리가 어떻게 이런 새로운 콘텐츠를 소유하고, 가지고 놀고, 공유하고, 뽐내는지가 앞으로의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질문들이 될 것이다.

지금도 수 많은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이미 NBA는 Flow라는 블록체인에서 NBA 클립들을 한정판으로 “생산”해서 팔고 있다. MLB, NFL과 같은 다른 스포츠 프랜차이즈도 속속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비단 스포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배우, 가수들의 자신만의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해서 팬들에게 팔고 있다. 다만 우리는 아직 그 콘텐츠를 어떻게 유의미하고 재미있게 드러낼 수 있는지 찾지 못했을 뿐이다.

LeBron James’ dunk on Feb 6, 2020 against Houston Rockets

우리는 점점 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따라 본인을 정의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매우 중요할 것이고, 너무나 당연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어떻게 디지털 혹은 오프라인 플랫폼 내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가 혹은 어떤 효용을 가질 수 있는지가 최대 화두가 될 것이다.


소유의 의미

디지털 콘텐츠를 소유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지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유는 배타적인 행위다. 예를 들어 내가 이 사과를 가지면, (누군가와 나누지 않는다면), 이 사과는 나만의 것이 된다. 마찬가지로 내가 어떤 특정한 옷을 샀을 때, 이 옷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오직 나만의 것이다. 이 옷을 누군가에게 주게 되면, 이 옷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고, 누군가의 것이 된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물질적 재화를 가진다는 것은 배타성에 기초한 것이다. (한정판을 샀을 때 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우리는 이 배타성에 근거한 희귀성을 좇는다). 물론 옷과 같이 대량 생산되는 재화일 경우 내가 산 옷과 너가 산 옷이 눈에 드러나는 차이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똑같은 옷을 샀기 때문에 너의 똑같은 옷도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디지털 재화는 비배타적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우리의 경험은 그래 왔다. 우리 모두 소리바다에서 음악을 불법으로 다운 받아보고, P2P 공유 사이트를 통해서 소설을 공유하고, 영화를 다운 받아본 경험이 있다. 이때 우리는 특정 영화를 다운 받는다고 해서, 기존에 영화 파일을 가지고 있던 사람도 영화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실제도로 그렇지 않고. 영화를 업로드한 사람도 언제 어디서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파일로 영화를 볼 수 있다! 제로썸 관계가 아니라 모두가 디지털 재화에 접근할 수 있는 윈윈 관계가 되는 것이다. (물론 원 저작권자에게는 전혀 다른 얘기지만). 따라서 공급이 “무한”해지는 것이고, 수요가 아무리 커져도 나는 나의 디지털 재화를 포기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NFT 광풍이 불었을 때도, 많은 사람들은 사진을 우클릭 해서 JPG 형식으로 저장하면 됐다고 했던 것이다. 이게 디지털적으로 사진을 가지던 과정이였으니까! 이게 소유였으니까! 물론 이는 소유의 증명에 관한 중요한 과정을 생략 했기에 할 수 있었던 생각이다. 하지만 여기서 소유에 대한 두 번째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물질적 재화를 소유할 때는 우리는 굳이 소유의 증빙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정말 정말 값비싼 물건을 제외하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소유를 증빙할 수 있다. 아니 대다수의 경우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너무나도 자명하니까. 내 방에 있으면 내 것인 것이다. 나아가 나만이 그 재화를 온전하게 누림으로서 소유와 효용을 극명하게 드러낼 수 도 있었다. 예를 들어 밖에서 그 옷을 입는다던지, 그 차를 탄다던지, 그 집에 산다던지. 디지털 재화들은 그런 손쉬운 방법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최근까지만 해도. 하지만 NFT를 통해 그런 고민들이 해결되기 시작하며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배타적인 재화가 된 것이다.

시청하고 읽고 듣고 하는 것말고 도대체 디지털 재화는 어떤 효용을 가지는 것일까? 필시 소유의 증명이 해결되어야 효용을 가질 수 있을텐데 디지털 재화는 도대체 어떤 배타적인 효용을 가질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우리는 앞으로도 수없이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예시로 논의했던 어떤 브랜드에서 한정판으로 나와서 효용을 가지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직접 DIY로 제작해서 그리고 그것이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힘들어서, 온 세상에 나만이 그걸 생산할 수 있는 블루프린트를 가지고 있어서 나에게만 특별한 효용을 가질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물질적 재화에 투영하는 가치와 효용 모두 결국 디지털 재화에도 똑같이 적용 될 수 있지 않을까? 디지털 재화는 새로운 놀이를 만들고 새로운 문화를 탄생 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자기 표현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버디버디의 아바타처럼? 내 친구의 옷처럼 AR 통해서 현실 세계에 당연히 투영되지 않을까? 디지털 세계는 오프라인 현실 세계보다 더 커지지 않을까?

이런 흥미진진한 질문들이 우리들의 다양한 답을 기다리고 있다. 친구의 프로덕트가 빨리 나와서 모두를 놀래켜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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