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스타트업에서 2년간 일하며 느낀 것들 – 1. 비트코인에 들어간 생각

나는 지난 2년동안 블록체인 세계에서 일하면서, 투자도 했었고, 여러 프로젝트도 자문 했으며, 증권형 토큰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이더리움 위에 직접 증권 발행 프로토콜을 만들기도 했었다. 최전선에서 블록체인이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보지도 못했고 흐름을 선두에서 이끌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2등석에는 앉아 있지 않나 싶다.

2016년부터 공부를 했고, 2018년부터는 처음엔 투자자로 그 다음엔 스타트업으로 업계 내에서 일하며 여러 곡절을 지나왔다. 오히려 그래서인지 나는 블록체인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유일한 해답이라거나 당연한 미래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나는 블록체인 기저에 깔린 많은 물음들과, 그 물음에 대해 내놓은 기술적인 해답인 블록체인이 가지는 의의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물음들이 새로운 세상을 정의하는 “블록”이기 때문에.

그래서 2년을 돌아보며,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가 처음에 가졌던 물음과 생각들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블록체인에 열광했던 테크놀로지스트들은 또 어떤 의미를 찾아내고 확장했는지, 현재는 어떻게 발전되고 있는지 간단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그리고 사족으로 개인적인 생각들을 가볍게 다뤄보겠다.

비트코인에 들어간 생각

  • 초(超)국가적 그러나 개인적 화폐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에서 나왔듯이 사토시가 사실 처음 생각했던 것은 개인이 어떤 3자의 개입(특히 정부)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화폐이자, 그 화폐의 장부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항상 정부, 그리고 한 나라의 신뢰를 바탕으로 찍어낸 화폐를 돈으로 쓰고 있었는데, 이걸 대체하겠다는 것이였다. 근데 왜?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이렇게 편하게 잘 쓰고 있는데, 굳이 다른 돈을 쓸 필요 있나? 여기서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자. 우리가 쓰고 있는 한국 원화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 것일까? 20년전 100원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오늘날(2020년)에 살 수 있는 것들과 똑같을까? 사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원화의 가치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다른 나라의 화폐에 비해 낮아지기도 높아지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원화의 가치는 낮아지고 있다. 왜 낮아지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계속 새로운 원화가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쉽게 말하면 돈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다. 돈은 내 돈인데 왜 가치는 국가가 임의로 낮추는 것일까? 그러면 화폐는 왜 계속 생산되고 있는걸까? 누가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일까? 어떤 상황들에 생산되는 것일까? 이런 해묵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될 것이다.

이런 해묵은 질문들에 앞서, 사토시는 아예 이런 고민 자체를 원칙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정반대의 결정을 내린다. 화폐의 총 발행량을 2100만개로, 화폐가 발행되는 일정을 대략 10분에 한 번으로, 그리고 4년마다 화폐의 발행량을 반으로 줄이기로 못 박아버린다. 처음부터 그렇게 정하고, 더 이상 바꿀 수 없게 한 것이다. 그리고 화폐 생산의 주체를 국가가 아닌 개인으로 만들어버린다. 개인에게 국가에 대항할 경제적인 힘을 주며, 동시에 개인을 자유롭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자유롭고도 이기적인 개인들이 과연 어떻게 이 화폐 발행, 거래 시스템을 외부의 압력 없이 스스로 유지할 수 있을까? 사토시는 코드와 인센티브에서 답을 찾았다.

  • 국가, 신용, 이기를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 웹스터 사전은 코드를 이렇게 정의한다.

구속력 있는 법령이거나, 따라야 할 규칙, 혹은 소통을 위해 쓰는 기호의 시스템인 것인데, 컴퓨터 세상 속에서 얘기하는 코드는 위 세 정의를 모두 아우른다. 다시 말해 컴퓨터 속 코드는 컴퓨터(말 그대로 “연산자”)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계산을 해야하는지, 어떤 인수를 이용해서 계산해야하는지를 정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컴퓨터는 이 명령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 이 말을 우리에게 친근한 예시로 끌어오면 이렇게 풀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메일 입력 창에 이메일이 입력되지 않았을 경우, 빨간 경고창을 띄운다. 이메일이 입력 되었을 경우, 다음 화면으로 넘어간다. 이렇게 코드는 컴퓨터가 하는 일련의 행동들을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코드를 통해서 돈도 일정한 규칙대로 생산하고 개개인 사이에 거래할 수 있지 않을까? 코드가 국가라는 시스템을 대체할 순 없을까? 우리는 사토시가 그러 했던 것처럼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런 시도는 사토시에 앞서 많이 있었다). 결국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국가도 일정한 과정을 거쳐 특정한 규칙에 따라 돈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바로 이 코드라는 것이 국가의 재정 시스템을 대체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코드가 곧 법 그 자체가 된다. 우리는 한 발 더 나아가 코드가 어떤 구조든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의 시스템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하나 더, 코드는 우리가 실생활에서 마주하고 있는 법보다 우월하다. 코드는 법과 달리 집행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코드를 쓰는 것은 동시에 코드를 집행하는 것과 동일하다. 그래서 다시 정리해보면 사토시는 새로운 화폐를 생산하고 거래를 기록하는 장부를 코드화 시키고 비트코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을 각 개인에게 쥐어준다. 허나 개인에게 시스템을 쥐어준다고 해서 모두가 하나의 시스템을 쓰는 것도,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 것도 아닐 것이다. 모두가 각 자의 시스템을 돌릴 수도 있을테니까. 여기서 사토시는 인센티브와 오픈 소스를 도입한다.

  • 그리고 그 시스템을 지탱할 수 있는 구조

과연 전혀 일면식도 없는 개인들 모두가 어떻게 이 화폐를 생산하고 거래를 기록하는 시스템을 쓸 수 있을까? 개인마다 화폐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고, 모두가 하나의 시스템을 유지할 수 도 있을 것이고, 여러 그룹을 지어서 여러 화폐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협력의 문제이고, 알지 못하는 개인들 간 (행여나 아는 사이더라도) 믿음의 문제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상대방이 어떻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협력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믿음을 “대체”했다고 하는 것이다.

사토시는 여기서 과연 어떻게 했을까?

첫 번째로, 일단 자신의 생각과 프로그램의 코드를 당시에 활동하던 P2P Foundation에서 모두 공개했다. 그리고 같이 만들 것을 권유했다. 그렇게 해서 Hal Finney, Martti Malmi와 같은 개발자들이 초기 비트코인을 같이 만들었다. 오픈 소스의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두 번째로, 누구나 비트코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코드를 공개했다는 것은 누구나 코드를 가지고 자기가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허나 모두가 각자의 화폐를 찍어낸다고 해서, 화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에게 인정을 받아야만 화폐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모두는 하나의 화폐를 만들고 유지해야한다. 허나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아니 모두가 참여하고 개인이 생산의 주체가 된 건 좋은데, 그러면 비트코인의 발행과 거래의 기록은 정확히 누가 담당하는것일까? 모두가 “같이” 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도 하고, 미국에서도 하고, 유럽에도 하면 장부의 오차가 당연히 생기지 않나? 어떻게 각각의 컴퓨터들이 실시간으로 연동될 수 있지? 어떻게 각각의 컴퓨터들이 하나의 장부를 유지할 수 있을까? 너도 나도 장부를 수정하면 무엇이 “진짜” 장부일까?와 같은 수 많은 물음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여기 사토시가 의도했던 비트코인의 가장 큰 혁신 세 가지가 있다.

  1. 장부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권한을 “문제”를 푼 개인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모두가 확인할 수 있게 했다.
  2. 장부의 모든 업데이트 기록을 남겨 순차적으로 연결했다 (블록의 체인: 블록은 장부의 업데이트를 다룬 한 단위고 그 블록들을 체인처럼 이은 것이 블록체인)
  3. 그리고 문제를 푼 개인은 장부를 업데이트하며 (블록을 추가하며) 새로운 비트코인을 발행하여 본인에게 줄 수 있다.

첫 번째를 통해 비트코인을 누가 업데이트 할 수 있는지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였고, 두 번째를 통해 장부의 연속성 및 정확성을 확보했고, 세 번째로 개개인이 비트코인 프로그램 참여하고 유지할 인센티브를 마련하였다.

이런 여러 장치들을 통해 전세계 어디에서 언제 누가 참여하던지 하나의 비트코인과 하나의 장부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하게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장부를 보유하게 되므로, 비트코인은 더더욱 안전해진다.

정리하면, 비트코인은 프로그램을 통해 개개인이 발행하고 유지하는 초국가적 디지털 화폐이다. 그리고 개개인은 여러 장치를 통해 하나의 장부를 유지할 수 있고, 장부를 유지하는 대가를 받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결국 비트코인은 개인 대 국가라는 해묵은 대립관계에 대한 사토시의 해답이고, 잘 조직된 프로그램이 어떤 시스템이든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고, 그리고 그 프로그램이 어떤 특정 단체가 아닌 너와 나같은 개개인이 모두 참여하고 유지했을 때 제일 강력할 수 있다는 반증이다. 사토시는 묻고 있다. 우리가 실생활에 꼭 필요한 가치의 교환 수단인 “돈”을 정부에게만 맡길 것인가? 그리고 그 정부보다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모두가 참여함으로서 더 안전하고 철저하게 감시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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